'내 이름 맑음'을 듣다가 - Sun, Nov 10, 2024
QWER 노래를 듣고 단어 선택에 대해서 해본 생각
새로운 장비에서 개발도구 관리를 위해 SDKMAN을 쓸까, asdf를 쓸까 고민하다가, QWER이 떠올라서 잠시 음악 감상을 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V7CASrPvvZs )
댓글을 보다가 깨닿게 되었는데, ‘내 이름 맑음’의 가사는 외래어 조차도 없는 우리말로만 되어 있다. 가사 안의 ‘두근’, ‘꾹꾹’, ‘꼭꼭’, ‘퉁퉁’, ‘꼬깃꼬깃’, ‘툭툭’이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 ‘고작’이 꾸미는 단어도 뒤로 갈수록 ‘그 마음’, ‘울음’, ‘사랑’으로 점점 커져가면서 노래의 줄거리를 이어준다.
영어 단어로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이 전달되지 않을 듯하다. 더 적절하거나 구체적인 우리말이 있는데도 영어 단어를 대신 쓰는 관례로 인해 손실 되는 의미나 느낌이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슈’,‘디테일하게’, ‘팩트’, ‘컴’, ‘팔로우업’이라는 단어를 쓴다고해서 ‘쟁점’, ‘꼼꼼하게’, ‘사실’, ‘소통’, ‘후속대응’ 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더 잘 전달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TMI’와 같이, 원어민들이 쓰는 어감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단어도 있고 ‘스킨십’ 등 가짜 영어도 많다. 그런 단어가 입에 익으면 온전히 영어로 소통해야할 때 오히려 방해가 될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확고한 신념을 가진 나조차도 ‘디테일’, ‘이슈’, ‘팔로우업’과 같은 단어를 말하거나 글로 쓸 때가 많다. 많이 듣고 읽는 단어이다 보니 뇌에서 빠르게 꺼내기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그래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영어냐 아니냐를 떠나서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단어를 찾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그렇지 않은 표현을 만났을 때에는 불만은 가지지 말고 애매하면 되물어보자’정도이다.
그 결과로 아래와 유사한 질문을 자주하게 된다.
- 여기서의 ‘가볍다’는 의미는 메모리를 적게 쓴다는 의미인가요?
- 여기서의 ‘내부’와 ‘외부’의 기준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 여기서의 ‘이슈’란 ‘개발 환경에서의 버그’인가요?
메모리나 버그까지 우리말로 바꿀 이유는 없다. ‘기억공간’보다는 이 맥락에서는 ‘메모리’가 더 오해의 소지가 없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메모리는 생각해보니 ‘RAM’으로 적어야 더 정확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