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 대한 공부 - Fri, Jan 14, 2022
작년 12월에 대치동으로 이사를 왔다. 이 동네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위해 아래 2개의 책을 읽었다.
이 동네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서 내가 어떤 미래를 바라고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떠올려보게 되었다. 현재 생각을 정리해본다.
사교육의 긍정적인 면도 많다. 사교육이 제공하는 다양성과 수준별 교육, 생기 있는 컨텐츠를 공교육 안에서 다 공급하기란 어렵다.
돌아보니 나도 사교육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있다. 국민학교 때 컴퓨터 학원을 다닌 덕에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 다닌 동네 보습 학원은 거의 망해가서 수학 수업시간에 학생이 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러다보니 선생님의 1:1 감시 하에 매일 수학문제를 집중해서 풀 수 밖에 없었다. 그 해 학교에서 친 수학 시험 성적은 계속 좋았고 수학을 자신 있는 과목으로 여기게 되었다. 고1 때는 단과학원에서 수학과 영어를 들었었는데, 학교수업보다 훨씬 재미있게 잘 가르쳤던 강사들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렇듯 돌아보니 사교육의 도움으로 적성을 발견하고 입시에 유리한 역량을 쌓아서 대학에 가고 큰 회사에서 일할수 있게 된 듯하다.
현행 입시 제도에서 학생들에게 한눈을 팔 틈이 더 없어졌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내 또래에서는 고1,2때 공부를 크게 잘 하지 못한 학생도 고3 때 유명한 대학에 합격하는 경우가 많았다. 막연하게, 나와 내 친구들의 경험을 염두에 두고 평소에 책 많이 읽고 고등학교 때 막판에 집중하면 충분히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전공에 적합한 활동으로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스펙을 꾸준히 쌓아서 준비하거나, 재수생까지 가세해서 더욱 문이 좁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더 암기형 시험이 된 수능을 통과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나라의 역동적인 사교육 시장은 부모와 학생의 불안감을 더 부추긴다. 몇년씩 선행 학습하고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풀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위협에 결과적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교육으로 내몰린다. 천천히 배우고 적정 난이도로 학습을 하면 성취감 있고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공부 거리들을 상처를 입히며 우겨넣는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할 어린 시절이 불안감이 배경으로 깔린 기억으로 채워진다. 그만하면 공부 잘 한다고 할만한 학생조차도 죄인처럼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마음 상태가 좋지 않을때 나는 종종 군대를 다시 가는 꿈이나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내신성적이 안 좋은데 대학을 잘 갈수 있을지, 몇년뒤의 나의 미래를 어떻게 될지 그런 불안한 감정들이 그 시절에는 많았다. 학교 성적으로 아버지께 별로 칭찬을 받은 기억이 없다. 돌아보면 내신 4등급이였으니 중상위권 정도는 되었는데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난 우리애들이 불안감이 잠식하지 않은 따뜻하고 그리운 성장기를 보냈으면 좋겠다. 시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호기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 배우면서 그 것을 풀어가는 성취감을 아는 어른으로 커갔으면 좋겠다.
대치동의 불행은 학원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과 짜증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