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후의 이발소 - Sat, Feb 5, 2022
이사를 오니 머리를 자르러 어디로 가야할지가 고민이었다. 네이버로 예약 가능한 곳 중 가장 가까운 ‘바버샵'을 찾았다.
‘이발소'대신 굳이 영어로 ‘바버샵'이라고 붙이는 요즘 경향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네이버에서도 ‘이발소'로 검색해도 ‘바버샵'이 나오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어쨓든 ‘이발소’ 간판을 단 집은 네이버로 예약되는 곳이 없기도해서 바버샵으로 갔다.
머리 자르면서 이용사님께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 이용사님은 원래는 같은 자리에서 이발소를 하고 있었는데, 손님들의 권유로 ‘바버샵'으로 간판을 바꾸게 되셨다고한다. 손님이 ‘요즘 바버샵이라는 게 나와서 가봤는데, 비싸긴한데 별로 특별한 것이 없더라, 선생님같은 분들이 바버샵을 하셔야한다’ 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바버샵이 어떤지 보기 위해서 독일의 이발소에도 가봤고, 트리머(바리깡)도 국내에 없는 종류도 먼저 들여오는 등 연구를 많이 하셨다고한다. 서양인들이 모질이 다양하고 털도 많고해서 우리나라보다 이발 도구 등이 더 발전한 면이 있다고도 느끼셨다고한다.
시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신 것 같았다.
이발소의 퇴폐 & 구식 이미지로 인해서 젋은 남자들이 머리 자르러 갈 곳이 마땅치가 않았는데 그런 손님들이 미용실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발을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미용실에서는 남자 손님은 지불하는 가격 등을 볼때 주고객층은 아니게 된다고 보셨다. 그리고 미용사가 트리머(바리깡)을 쓰는 건 미용사 시험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고 불법이라고 하셨다. ( 나중에 찾아보니 정말이였다. 미용실에서는 왜 바리깡을 쓰면 안 될까? )
이발소의 이용사분들이 머리자르는 기술은 뛰어날 수도 있는데, 요즘 스타일을 따라가고 디자인하는 능력이 안 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런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바버샵'으로 간판을 바꾸었을것 같다고 하셨다.
다른 바버샵들을 보면 아직 젊은 사람들이 경험이 쌓이지 못해서 가격에 걸맞는 서비스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금방 망하기도하는데, 바버샵 문화가 더 퍼지고 경험도 더 쌓이면 그런 이용사들에게도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본인은 1인으로 바버샵을 운영하기에 단골고객의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맞춰줄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셨다고 했다. 한번 이용해보니 혼자서 운영하실 수 있도록 프로세스도 잘 정비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따. 네이버 예약 플랫폼을 이용하시고, 머리는 직접 감겨주시지는 않고 진공청소기 비슷한 장치로 잘린 머리를 정리하신다.
인스타그램으로 홍보도 하시고, 거기에 올린 사진을 보니 크리스마스 때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머리를 자르시는 모습도 있었다.
경력 35년이라고 하시니 최소 50대 후반이신듯하다. 시대에 맞추어 변화를 받으들이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직업인으로도 존경이 들었다. ‘바버샵'이 ‘이발소'고 ‘이발소'가 ‘바버샵'이긴하지만 이 이발소의 사연을 들으니 브랜드 전략으로서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뭏든 이사한 곳에서 단골로 삼을 이발소를 금방 찾아서 다행이다. 네이버에서 ‘원스탑 바버샵‘으로 검색하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