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떠올리는 Arrival - Mon, Mar 7, 2022
감상평
내 인생 최고의 영화는 Arrival이다. ‘문과생을 위한 인터스텔라’라고도 불리는 이 영화는 ‘듄’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이다. 인터스텔라도 듄도 멋진 영화지만 Arrival만큼 자주 머리 속에 떠오르지는 않는다. Arrival에서 시작된 다음의 질문을 자주 생각한다.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면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영화의 원작인 테드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 에는 다음과 같은 단락이 있다.
나의 의식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시간 선을 따라 기어가듯이 전진하는 가느다란 담뱃불이며,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억의 재가 뒤뿐만 아니라 앞쪽에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나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내가 미래를 아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미래를 아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행위를 포함해서, 나는 결코 그 미래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위 단락처럼, 소설에서는 자신의 미래도 과학법칙처럼 서술하고 따라가는듯한 주인공이 무덤덤해 보였다. 소설도 나름대로의 매력도 있지만, 영화의 적극적인 해석과 표현이 더 와닿았다. 영화에서는 미래의 기억을 거스르지 않는 주인공의 선택이 더 극적이고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미래의 불행을 알면서도 동시에 오는 행복을 위해서 감수하고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다고 이를 해석하고 싶었다.
모든 것이 다 좋아지는 선택은 세상에 없고, 우리는 좋은 점을 위해 안 좋은 점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큰 불행을 알면서도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다면 그 불행과 함께 오는 행복이 큰 고통을 감내할만큼 소중하다는 의미이다. Arrival의 주인공의 선택은 그런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도 어떤 불행은 받아들이면서 그 불행을 견디지 못하면 떠나가는 행복을 안고 살고 있기에 그랬다.
내가 받아들일 혹은 포기할수 없는 미래를 오랫동안 생각해보니 소설의 그 무덤덤한 주인공도 더 이해가 된다.